개인적으로 소설은 잘 읽지 않는다. 특히 판타지 소설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좀 더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싶어 자기계발 서적이나 경제 관련 서적을 주로 읽는다.
하지만 이 책은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고영성 작가와 신영준 박사가 추천했기 때문이다.
나는 두 사람의 추천을 굉장히 신뢰한다.
순간의 힘, 무엇이 성과를 이루는가, 안티프레질, 통섭과 투자 등등 추천했던 책들이 가진 설득력은 내 인생을 바꿀 정도였다.
처음 이 책을 서점에서 펼쳤다면 이 책을 읽지(사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은 처음 부분과 끝 부분이 전형적인 판타지 소설의 클리셰를 따른다.
나는 처음 부분이 유치하고 개연성이 조금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클라이 막스까지(즉, 대부분의 내용에서) 나는 저자가 지닌 이 세상에 대한 통찰력에 감탄을 자아냈다.
여기서 잠깐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주인공 어벤추린은 원래 드래곤이다.
하지만 요리 마법사의 속임수에 속아 마법에 걸린 초콜릿을 먹고 인간이 된다.
12세 가량의 소녀가 된 어벤추린은 사람들의 세계에 발을 들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인간에 대해 알아간다.
초콜릿을 만드는 장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고 거기에 도전하지만 수없이 난관에 부딪힌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난관을 뚫고 자신의 꿈을 이룬다.
전체 줄거리는 평범하고 익숙하다.
하지만 소설 속 인물들과 그들의 대사는 예사롭지 않다.
나는 현실을 통찰력 있게 비유한 장면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인 어벤추린은 겉모습은 인간이 되었지만 여전히 드래곤의 시선으로 인간을 보고 판단하며 인간 세계에 적응한다.
자긍심 높은 드래곤이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려 하며 누구에게도 의지하려 하지 않는다.
소설 속 인물 중에 "그레타"라는 여자가 나오는데, 나는 그녀가 많은 것을 은유하고 있는 인물처럼 느껴졌다.
그레타는 어벤추린을 달콤한 말로 계속 유혹한다.
"너는 약해. 보호가 필요해. 내가 지켜줄게."
나는 이렇게 해석되었다.
"안정적인 것을 추구해. 도전하지마. 위험해."
어벤추린이 드래곤으로서 자긍심이 넘칠 때는 이 유혹을 콧방귀를 뀌며 발로 차버린다.
중반 이후 스토리에서 어벤추린은 큰 좌절을 맞게 되는데, 이때 드래곤으로서의 자긍심을 놓게 된다.
약해질 때로 약해진 어벤추린 앞에 그레타가 나타나 똑같은 말로 유혹하고 결국 넘어간다.
어벤추린은 현실로부터 등을 돌리고 동굴로 숨어버린다.
본인의 의지, 사명을 버리고 그레타가 시키는 대로 생각없이 살아간다.
하지만 친구들의 도움으로 힘을 되찾고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온다.
우리는 사회에 나오기 전, 즉 사회의 장애물에 부딪히기 전에 자신만만한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서서히 변해간다.
나의 한계를 알게 되고 세상의 무서움을 알게 된다.
언제까지 해맑게 웃으며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작가는 어벤추린을 통해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당신은 드래곤이다. 겉모습은 인간이지만 속은 자긍심 넘치는 드래곤이다.
세상이 당신에게 다른 모습을 강요하더라도 거기에 넘어가지 말고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가라.
혹시 유혹에 넘어가서 힘든 현실에서 등을 돌렸다면, 다시 드래곤으로 돌아와라."
소설 속 인물 중 실케와 첫째 공주는 사람을 속이는 능력이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들이 어벤추린을 대하는 태도였다.
어벤추린이 그들의 말에 속을 땐 그들은 어벤추린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지만, 어벤추린이 그 말에 속지 않고 반박하면 존경을 나타내는 표정을 지으며 어벤추린에게 관심을 가진다.
이건 인간의 심리를 잘 묘사한 것으로 같다.
착하고 순진하고 미숙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깔보는 마음도 같이 생겨난다.
하지만 자신의 가치관이 뚜렷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나면 그런 마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어벤추린은 드래곤으로 살다가 갑자기 인간이 되는 바람에 인간세계에 대하여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드래곤이라는 자긍심과 독립적으로 살아가려는 태도만으로 사람들의 속임수를 간파해 냈다.
여기서 작가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이런게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은 속임수가 난무하고 절대 친절하지 않다. 순진하면 속는다. 강해져야 한다. 독립적이 되어야 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나는 책을 읽을때 매일 짬을 내어 조금씩 읽는데, 이 책은 그럴수가 없었다.
읽는 순간부터(정확히 어벤추린이 인간이 되어 인간사회에 들어가는 장면부터) 다 읽을 때까지 멈출 수가 없었다.
덕분에 새벽 늦게 잠들어 다음날 컨디션이 떨어진 채로 하루를 보냈다(다행히 주말이었다).
나는 지금도 이 책을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있다.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연령대가 이 책으로부터 재미와 의미, 삶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마치 픽사의 애니메이션 처럼).
나는 이 책을 읽고 책값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혹시 책을 읽을지 말지 고민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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