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만큼 교육열이 높은 나라가 또 있을까?
우리 나라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가 자녀 교육에 돈을 너무 많이 쓰기 때문이라고 한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한국의 교육열은 지금도 식지 않고 있다.
유튜브에서 대치동 학원 강사들의 수입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그 액수에 혀를 내둘렀다.
일주일에 3번 강의하는데 1000만원 (주급), 어떤 스타 강사는 1년 연봉이 축구선수 호날두보다 많다고 한다. 마치 다른세계에서 벌어지는 일 같다.
우리는 왜 이렇게 자녀교육에 많은 돈을 쏟아붓는 것일까?
무엇을 위해 자신의 노후까지 포기하면서 자녀교육에 열을 올리는 것일까?
각자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내 생각엔 자녀교육의 최대 목표는 자녀가 좋은 대학을 가서 좋은 직장을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즉, 교육이 자녀에게 더 나은 삶 또는 생존을 보장한다고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무작정 교육에 돈을 쏟는 것이 효과가 있을까?
좋은 대학을 나오는 것만으로 정말 괜찮은 것일까?
대기업들은 공채보단 경력직 (일을 해본 사람이라기보다는 실력이 검증된 직원이라는 뜻) 을 뽑는 방향으로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구글, 네이버는 학력을 안보고 코딩 테스트를 해서 실력만 보고 직원을 채용한다.
기업들은 학력이 높은 직원을 뽑기 보다는 실력 있는 직원을 원한다.
그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학력이 높다고 일을 잘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일을 잘하는 것은 개개인의 태도와 마인드에 달려 있다는 것을.
답이 정해진 문제를 잘 푸는 사람보다 답을 만들고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현실에서 더 많은 성과를 낸다는 사실을.
더이상 좋은 대학이 좋은 직장을 보장하는 시대는 멀어지고 있다.
그리고 익히 알려진 사실 중 하나.
대기업에 들어간 신입사원은 절반이 1년안에 퇴사한다.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들어간다고 해도 실력이 없으면 유지할 수가 없다.
자녀교육의 목표가 자녀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면 전략을 바꾸자.
학원 뺑뺑이는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돈은 돈대로 쓰고 효율은 지극히 낮다.
우리는 자녀가 스스로 공부하게 해야한다.
억지로 공부시켜 대학에 보내는 것보다 스스로 실력을 쌓게 만들어야 한다. (돈도 훨씬 적게 들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부모가 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를 자녀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다.
공부를 했을 때 세상으로부터 얻는 이득과 공부를 등한시 했을 때 겪어야 하는 고초를 알려주는 것이다. (말로만 알려주면 효과가 없다. 직접 겪고 느껴야 한다)
자녀에게 부모가 보고 있는 세상을 보여주고 가르쳐 주는 것이다.
나는 2019년 현재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유학생이다.
하지만 나는 석사를 하기 전까지 공부를 제대로 해본적이 없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사람이 전혀 아니다.
초,중,고 시절 반에서 중간 정도의 성적을 유지했다.
공부는 억지로 했다. 재미도 없고 왜 해야하는지 잘 몰랐다.
대학을 들어간 뒤 (집 근처 지방대를 들어갔다), 무작정 아르바이트를 해보기로 했다.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해보았다. 당구장, 주유소, 편의점, 전단지 돌리기, 떡집 보조, 노래방 등등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낀건 "보기엔 쉬워보여도 쉬운 일은 없구나" 정도였다.
대학을 졸업한 뒤 석사를 하게 되었다. 달리 할게 없었기 때문이다.
석사를 시작하자 마자 지도 교수님이 대전에 있는 연구소에 파트타임으로 공부도 하고 일도 배울 수 있는 자리를 소개해 주었다.
마침 삶이 무료하다고 느끼고 있던 참이라 얼른 수락했다. 난생 처음 타지 생활이었다.
그리고 대전에서 생활한지 1달만에 나는 박사 과정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연구소는 내가 살면서 보았던 그 어떤 곳보다 복지가 좋고, 보수가 괜찮은 곳이었다. 하는 일도 마음에 들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석사를 졸업하기 위해 밤새서 공부를 하였고 (워낙 기초가 부족해서 따라가는 게 너무 힘들었다), 공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공부 방법도 많이 찾아보았다.
그저 외워서 공부하는 방식 (그전까지 내가 했던 공부방식이다) 으로는 논문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 인생은 연구소를 경험하면서 180도 바뀌었다.
공부에 대한 강력한 동기부여가 나를 애워싼 것은 공부가 나를 더 나은 삶으로 이끌어 줄 수 있다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초중고 그리고 대학시절까지 20년이 가까운 시절동안 "공부해라"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 어떤 감흥도 없었다.
공부가 나에게 가져올 이득을 직접보기 전까지는...
연구소에 있으면서 나와 같은 기회 (연구소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 를 가졌던 다른 학생들을 많이 만났다.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다 나처럼 생각하지는 않더라는 것이다.
그저 좋다 정도로 여기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받았던 강력한 동기는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었다.
아마도 내가 전에 했던 아르바이트의 경험이 연구소 생활을 더욱 빛나보이게 만들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채 20년을 넘게 수동적으로 공부해왔다.
그건 효과가 없었고, 나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 중 한 명에 지나지 않았다.
세상을 좀 더 넓게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공부가 왜 중요한 지 알게 되었다.
주도적으로 공부하게 되었고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내가 공부로 먹고 사는 길을 택하게 될거라고는, 유학을 오게 될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공부에 흥미도 재능도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자녀가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어 있지 않다면 억지로 학원에 보내는 것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 동기부여가 되어있다면 부모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알아서 할 것이다.
공부를 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공부라는 것이 누군가가 강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왜 해야하는 지 알면 스스로 찾아가게 된다.
왜 공부를 해야하는가?
나에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내가 그것을 직접 보고 느꼈다.
사람마다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를 찾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세상을 직접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을 직접보고 이해하게 되면 공부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사실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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