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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에세이] 내 존재를 바라봐주는 단 한 사람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본 한 실험이 기억난다.

범죄률이 높은 섬이 있는데 그 섬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 중 범죄의 유혹을 이기고 올바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소수 존재했다.

무엇이 그들을 악의 구렁텅이에서 구했을까 조사했더니 일관된 하나의 이유를 밝혀냈다.

바로 자신을 믿어주는 단 한사람이 존재했다는 것.

자신을 믿어주고 이해해주는 단 한사람은 심리적으로 무너지지 않는 마지노선이라고 한다.

누군가에게 이해받는다면 또는 신뢰를 받는다면 우리 안에 있는 양심과 자아가 내 자신을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사실 내가 옳은 일을 하는지 나쁜일을 하고 있는지는 스스로 제일 잘 알고 있다.

다만 그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고 들여다 보지 않을 뿐.

 

하지만 나를 믿어주는 단 한사람을 만나는 행운아는 별로 많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책을 읽고 철학을 공부하며 가치관을 굳게 만들어야 한다.

지적으로 강해져야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는다.

주위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

 

만약 나를 믿어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서 살아가는 동안 영향을 받는다면 어떨까?

그 사람은 이미 강하다.

강해지기 위해서 발버둥치는 에너지를 많이 아낄수 있을 것이다. (독서와 사색, 공부를 안 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강해지기 위한 문턱이 낮다는 말이다.)

자신에 대한 자존감은 이미 높고, 인생에 대한 가치관을 이미 굳건하다.

심리적 안정감이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에 잘못된 길로 가다가도 언제든 방향을 틀어 옳은 길로 갈 수 있다. (여기서 잘못된 길과 옳은 길은 자신의 판단으로 정의될 것이다.)

토니 로빈스는 인생의 80%이상은 정신적인 면에 달려있다고 했다.

동의한다.

인생은 멘탈이 강하면 살아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 누군가의 신뢰와 이해가 멘탈을 강하게 만들어 준다.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 죽도록 노력할 수도 있지만,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는 심리적인 안정감에 비할바가 못된다.

 

유튜브에서 세계적인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기자가 파인만에게 왜 노벨물리학상의 수상을 거부했는지 물었다 (결국 부인의 설득으로 받긴 했지만).

파인만은 상은 결국 유니폼에 불과한 것이고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파파가 나에게 그렇게 가르쳐줬다고."

리처드 파인만에게 자신을 신뢰해 주는 단 한사람은 그의 아버지였을것이다.

그 백발의 노인이 자신의 아버지를 아직도 파파라고 칭하는 것은 신뢰와 익숙함을 의미하는 것이라 추론할 수 있다.

리처드 파인만의 아버지는 죽은 후에도 그의 아들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인생에 대한 철학을 제공하며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여 행동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 글은 이제 곧 4살이 될 우리 딸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서 나온 생각의 결과이다.

답은 명확하다.

자신을 믿어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이 단 한사람이라도 있다라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것.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이해받을 수 있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해 주는 사람이 되어 주는 것.

지금 옆에 없더라도 계속 심리적인 의지가 되어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마치 리처드 파인만의 아버지처럼.

여유가 된다면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